위대한 생애

침례 요한의 죽음(2)

팽나무 2019. 11. 7. 07:51


 

                                                                

    제47장. 침례 요한의 죽음(2)

     

     

    이 요부의 딸은 왕의 눈치를 엿보며

    남자의 눈에 나타나는 정욕의 정도를

    헤아리는 듯 침묵을 지켰다.

    이것은 그 어미 요마가 그녀에게 훈련시킨 그대로였다.

     

    넋을 잃고 있던 왕은 큰 소리로 맹세하였다.

    “나의 귀여운 살로메야, 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

    왕의 맹세가 있었다.

     

    살로메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철없는 말괄량이 마냥 잠깐 주저하였다.

    별실에 있는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왕비에게로 뛰어갔다.

     

    “어머니, 어머니! 무엇을 요구할까요?”

    어머니는 딸에게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다.

    왕의 선물은 살로메가 정말 갖고 싶어하는

    그런 것이어서는 안 된다.

     

    복수심에 불타는 어머니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것이어야 하였다.

    그것은 요한 그 사람이었다.

    저 얼굴이 창백하고 깊은 굴속 같은 눈의 요한,

    광야의 설교자 그 사람이었다.

     

    그녀의 요염한 매력과 도발적인 선정에도

    무감각하였던 침례 요한이었다.

    물을 마시고 메뚜기(콩과 식물임)를 씹으며,

    꿀(석청)을 빨며 남자의 본능적인 욕정에

    초연한 그 거인이었다.

    그는 그녀의 재혼을 군중들 앞에서 비난하였다.

     

    “침례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하여라.”

     

    헤로디아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살로메는 적이 실망했다.

    못마땅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연회장으로 종종걸음을 쳐 왕에게로 갔다.

     

    왕은 그녀를 보고서 너털웃음을 치고 나서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앞에서 그녀를 안아

    자기 의자에 앉혔다.

     

    “자 살로메야, 무엇을 원하지?”

     

    “침례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지금 곧 제게 주십시오.”

     

    왕은 소녀를 무릎에서 내려놓았다.

    뜻밖의 일이었으므로 공포에 질려 술이 갑자기 깨었다.

     

    어안이 벙벙하여 말도 안 나왔다.

    기분이 내킨 김에 생각 없이 한

    맹세의 대가를 피로 갚아야 한다.

    타오르던 욕정도 당장 꺼져버렸다.

    불길한 침묵이 환락의 장소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언약을 하였음으로

    변덕을 부리거나 경솔하게 보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만일 손님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약속의 이행을 반대하는 말을 하였다면

    그는 기꺼이 요한을 살려 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들에게 그 죄수를 위하여 말할 기회를 주었다.

    그들은 요한의 전도를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그가 죄 없는 사람이요 하나님의 종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소녀의 요구에 충격은 받았지만

    간언(諫言)으로 중재하기에는 너무나 취하여 있었다.

    하늘의 사자의 생명을 살리라는 음성은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국내의 신뢰할 만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맡겨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각이 마비되었다.

     

    환락과 술 취함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머리는 음악과 춤의 어지러운 장면 때문에

    돌아버리고 양심은 잠자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들은 침묵함으로써 한 파렴치한

    여인의 복수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하나님의 예언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방종한 왕비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에 품었던 숙원을 풀리라는 것을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어찌 생각하면 그의 딸에게

    음탕한 춤을 가르쳐놓고 이런 기회를

    노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로마 군인 천 명을 거느리는 천부장(千夫長)이

    이웃에 앉은 손님에게 이렇게 귓속말을 하였다.

     

    “헤롯은 독 안에 든 쥐야.

    이러니 저러니도 못하게 됐거든.”

     

    그러나 왕의 심경이 이 정치적인

    고려 이상의 무엇 때문에 번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왕의 양심이 광야의 거인한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사람은 없었다.

    요한은 헤롯의 약한 점에 강하였다.

     

    헤롯이 항상 의심하고 있는 일을 요한은 믿었다.

    요한은 적극적이었다.

    헤롯은 그 때문에 요한을 사랑했다.

     

    헤롯은 자신의 맹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다렸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헤롯은 그 집행을 유예할 구실도

    일시적으로 모면할 핑계도 없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마지못해 의전국장을 불러

    예언자를 처형하도록 명령하였다.

    연회를 주관하는

    사팔뜨기 의전국장(儀典局長)을 불렀다.

    왕은 그에게 아바돈(abaddon: 죽음을 뜻하는 말)의

    역할을 맡겼다.

     

    “망나니를 불러서 침례 요한의 목을 잘라

    쟁반에 담아 가지고 당장 바치게 하라.”

     

    감옥으로 달려간 망나니는 파수와 간수와

    간수장을 밀치고 고요히 잠든 요한을 깨웠다.

    긴 소매 없는 가죽 털옷을 입은 죄수에게

    무릎을 꿇고 참수대(斬首臺)에

    목을 늘어놓으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눈에 쌍심지를 켠 망나니는

    길고 튼튼한 요한의 목을 본때 있게

    내리쳐 잘라버렸다.

    곧 요한의 머리가 왕과

    그의 손님들 앞에 운반되어 왔다.

     

    피가 흐르는 목을 머리카락을 잡아 쳐들어서

    깊은 황금 쟁반에 담아 헤롯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춤춘 소녀에게 주었다.

     

    왕은 울상을 하며 그의 옷자락 앞을 여미었다.

    헤롯에게 죄의 생활에서 돌이키라고

    충성스럽게 경고하던 입술은 영원히 봉하여졌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회개하도록 요청하던

    그 음성은 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하룻밤의 환락이

    가장 위대한 예언자 중 한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요한의 제자들은 머리 없는 시체를 장사 지냈다.

    그리고는 이 소식을 밤낮을 달려 가버나움으로 전했다.

     

    다시 한 번 예수께서는 사람을 피하여

    기도를 하러 가셨다.

    닥쳐올 시련에 대비하고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마음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선구자의 시대는 지나갔고,

    그분의 사명을 수행할 시기가 다다른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가버나움 건너편

    갈릴리 호수를 내려다보는

    황량한 산중으로 몸을 숨기셨다.

    별빛이 반짝이는 산마루에서 밤을 새워가며

    기도를 하셨다.

     

    그분은 외로웠다.

    그러나 그분의 고독은 고독이 아니었다.

    그분의 마음은

    무한한 세계를 향하여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날이 밝는 것을 기다려 그분께서는

    두 가지 단계의 일을 착수할 예정이셨다.





    ~ 영원한 사랑, 위대한 사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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