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귀신들린 아이를 고치심(1)
평지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을 보자 뛰어왔다.
그분을 존경과 기쁨으로 영접하였다.
그러나 그분의 예리한 눈은
그들이 큰 곤경에 빠져있음을 아셨다.
제자들은 낭패를 당하고 있는 듯하였다.
바로 조금 전에 그들에게 실망과 수치를
안겨주었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었다.
그들이 산기슭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한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그들에게 데리고 왔다.
그를 괴롭히는 벙어리 귀신으로부터 구원해달라고 하였다.
얼마 전에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내보내어
갈릴리 온 지방에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그때 제자들은 부정한 영들을 내쫓을 권세를 받았다.
그들이 강한 믿음을 가지고 나갔을 때
악령은 그들의 말에 순종했다.
이제 그들은 괴롭게 하는 영에게 그 피해자에게서 떠나라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하였다.
그러나 사귀는 그의 능력을
더욱 과시함으로써 그들을 조롱할 뿐이었다.
왜 저희가 패배하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제자들은
저희 자신과 주께 수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군중 속에는 그들에게 수치를 안겨 주기 위하여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서기관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자들의 주위에 몰려와 질문을 퍼부었다.
제자들과 그 선생이 사기꾼임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랍비들은 제자들과 그리스도께서 정복할 수 없는 악령이
여기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하였다.
백성들은 서기관들을 편드는 기세였고
경멸과 조롱의 감정이 군중 가운데 가득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비난의 소리가 그쳤다.
예수님과 세 제자들이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급변된 마음으로 그들을 맞으러 돌아섰다.
지난밤에 하늘의 영광과 접촉한 거룩한 형적(形迹)이
구주와 세 제자에게 남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보는 자들을 두렵게 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
서기관들은 무서워 뒤로 물러선 반면에
백성들은 예수님을 환영하였다.
구주께서는 마치 일어난 모든 일을 보시기라도 한 것 같았다.
논쟁하는 장소에 오시자 서기관들을 응시하면서 물으셨다.
“너희가 무슨 논쟁을 하고 있느냐?”
그러나 조금 전까지 그토록 대담하고
도전적이던 음성이 이제는 잠잠해졌다.
온 회중 위에 침묵이 흘렸다.
이때에 고민에 찬 아버지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리면서 그가 곤란 당한 일과
실망한 이야기를 모두 고하였다.
“선생님, 벙어리 귀신 들린 제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귀신이 그에게 발작을 일으키면 아무데서나 넘어져
거품을 내고 이를 갈면서 온 몸이 빳빳해져 버립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데려왔으나
귀신을 쫓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겁에 질린 군중과 트집을 잡는 서기관들과
당황한 제자들을 돌아보셨다.
각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불신을 꿰뚫어 보셨다.
슬픔에 찬 음성으로 부르짖으셨다.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겠느냐?”
그런 후 비탄에 빠진 아버지에게 분부하셨다.
“아이를 이리 데려오너라.”
아이를 데리고 왔다.
구주의 눈길이 그에게 머물자 악령은 고통스런 경련을
일으키게 하면서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