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바람과 바다를 잔잔하게 하심(1)
주님께서는 종일 가르치고 또 치료하셨다.
당신의 나라의 성격과 발전에 관하여
뿌리는 자의 일, 겨자씨의 성장과 누룩의 영향을
비유로 설명하셨다.
또 제자들이 일할 방법에 관하여는
곡식과 가라지, 극히 값진 진주의 비유로 가르치셨다.
저녁이 되었으나 군중은 여전히 예수님에게 밀려왔다.
그분께서는 잡수시거나 쉴 여가도 얻지 못하고
날마다 그들을 위하여 봉사하셨다.
이제 날이 저물어 그분께서는
매우 피곤함을 느끼셨다.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 호수의 서쪽 해안에서
배를 저어 동쪽 해안으로 향하였다.
동쪽은 광야 지대이므로 군중들이
모여들지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거기서 좀 휴식을 취할 셈이셨다.
강인한 천성을 타고나신 주님께서는
잠깐 동안의 휴식으로도 곧 원기를 회복하시었다.
그분께서는 피곤하고 시장하셨기 때문에
배가 떠나자마자 뱃전에 누워 잠이 드셨다.
아무 두려움도 없는 평안한 잠이었다.
잔잔하고 상쾌한 저녁이었다.
호수의 수면은 한결같이 고요하였다.
그러나 갈릴리 호수는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도 드물게 보는 위험한 뱃길이었다.
한 때 현숙한 여인같이 잔잔한 물결이
찰랑거리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표독한 여인 같이 미쳐 날뛰는 파도가
거품을 뿜는 것이었다.
이 황혼의 항해에 구주께서는
배 고물(배의 뒷부분)에서 딱딱하고
헌 이불을 베개 삼아 주무셨다.
그때 갑자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천둥소리도 요란스럽게 번갯불이 번쩍였다.
질풍이 포효(咆哮)하며 돛을 울렸다.
노한 파도는 이물을 삼킬 듯 하였다.
물은 뱃전을 넘어 출렁거렸다.
노한 바다에 해는 져서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생애를 그 호수에서 보낸 강인한 어부들은
많은 폭풍을 겪었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배를 안전하게 몰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들의 능력과 기술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태풍에 붙들려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배에 물이 차는 것을 보자 희망을 잃고 말았다.
자신을 구원하려고 노력하는 데 열중한
그들은 예수께서 배 위에 계신 것을 잊어버렸다.
저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죽음만이 앞에 놓인 것을 깨달았다.
저들은 누구의 명령으로 바다를
횡단하기 위하여 출발하였던가를 기억하였다.
그들의 유일한 소망은 예수님에게 있었다.
무기력과 절망 속에서 그들은 주님께 부르짖었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짙은 암흑은 그들의 시야에서 그분을 숨겼다.
그들의 목소리는 태풍의 노한 소리에
삼켜졌으며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의혹과 공포가 그들을 엄습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을 버리셨는가?
질병과 사귀와 사망까지도 정복하셨던 그분께서
이제 당신의 제자들을 구하실 힘이 없으시단 말인가?
비탄 가운데 있는 그들을 왜 돌아보지 않으시는가?
그들은 다시 불렀으나
성난 강풍의 날카로운 소리밖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들의 배는 벌써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에는 분명히 맹렬한 바닷물이
저들을 삼켜버릴 것이었다.
갑자기 번갯불이 암흑을 꿰뚫자,
그들은 예수께서 그 소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 주무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놀람과 절망 가운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