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애

네 목숨을 버리겠다는 것이냐?

팽나무 2019. 7. 19. 16:20
 

                      ▲ 마캐루스 궁전 유적지




    제40장. 침례 요한과 헤롯왕(2)

     

     

    요한은 말하기를 임금이 그의 정부(情婦)와

    희희낙락하고 있는 사이에 세상에는

    천지 개벽할 중대한 변동이 생겼다고 하였다.

     

    메시아가 친히 사람의 몸으로 나타나셨다.

    그리고 자기는 그분의 선구자이며

    사자라고 주장하였다.

     

    헤롯은 감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몸을 흔들어가며 웃었다.

     

    “그런 옛날 얘기 같은 망상을 가지고

    네 목숨을 버리겠다는 것이냐?

     

    생각해 봐, 요한.

    그런 어리석은 수작은 그만두란 말이야.

    네가 자유로운 몸이 되기를 원한다면

    내가 내 제수와 결혼한 데 대한

    독설을 취소하란 말이야.

     

    세상에 나가서 내 결혼이 정당한 것이다.

    헤로디아와의 내 생활이 부정한 것이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네게 미인을 중매해 줄 터이니까. 어때?”

    요한은 헤롯에게 알아듣도록 말해주려고 하였으나

    그는 귀를 막아버렸다.

     

    “자네는 제멋에 속고 있는 거야.

    나는 말로 따지고 싶지 않아.

    그 나사렛 사람은 하나님도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는 그 사람을 하나님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은 메시아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왜 그러나.

    자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임금의 태도나 말씨가 간곡하였다.

    우스꽝스러운 점은 있으나

    그의 진지함이 요한의 심금을 울렸다.

     

    유대 광야에서 온 굴레 벗은 말 같은

    요한은 이렇게 생각했다.

     

    ‘좋은 기회다.

    내 제자들이 나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나를 떠나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더 오래 있으면서

    그들에게 설명해 줄 여유가 없어.

     

    그러니 이 아무것도 모르는 교활한 임금을 이용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겠어.’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온순한 태도로 말을 했다.

    “폐하, 이 일에 대하여

    나의 제자들과 의논해 보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누구를 부를 건지 말하게. 곧 불러올 터이니.”

     

    그렇게 해서 요한의 두 밀사(密使)가

    곧 갈릴리로 내려가서 예수님을 대면하고

    부탁받은 질문을 하였다.

    요한의 그 응답으로 생사를 결정지을 셈이었다.

     

    “오실 분이 선생님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그리스도께서는 마침

    그때 많은 병자들을 고치고 계셨다.

    그분은 눈먼 소경의 눈을 어루만지며 대답하였다.

     

    “너희는 가서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문둥병자가 깨끗해지며

    귀머거리가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

     

    그분은 차가운 웃음을 띠며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전파된다고 하라.”

     

    거기 모인 군중들은 물론 병든 자나

    그의 제자들까지도 다 이 질문과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요한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요한의 참된 위치에 대하여

    명확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주셨다.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느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아니면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냐?

    화려한 옷을 입고 사치스럽게 지내는 사람은

    왕궁에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째서 나갔느냐?

    예언자를 보려고 나갔느냐?

    사실 요한은 예언자보다 더 훌륭하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의 제사장들이

    지금 자기를 배척함을 알리셨다.

    마찬가지로 일 년 전에는

    요한을 배척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예수께서는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예루살렘에서는 이 두 가지 태도를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마치 장터에 앉아서 자기 친구들에게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상여 노래를 불러도 너희가 울지 않았다.’

    하고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침례 요한이 와서 빵도 먹지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자

    너희가 ‘그는 귀신 들렸다.’ 하더니,”

     

    “내가 와서 먹고 마시자

    ‘이 사람은 먹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세무원과 죄인들의 친구이다.’ 하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사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하셨다.

    측은히 여기는 미소로써 그들을 보냈다.

     

    이틀 후 헤롯은 달빛을 밟으며

    다시 요한이 갇힌 감방을 들여다보았다.

    넓은 평야와 은빛으로 둘러싸인

    언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정원에는

    종려나무들이 우뚝 서있었다.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것은

    샘물이 졸졸 넘쳐흐르는 소리뿐이었다.

     

    죄수는 쾌활하나 정중하게 일어섰다.

    오랜 유폐(幽閉: 아주 깊숙이 가두어 둠)

    생활에 있어서도 몸이나 마음이

    조금도 쇠퇴하거나 피로한 빛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됐어?

    자네가 보낸 밀사들이 돌아왔나?”

     

    “네, 폐하.”

    “무슨 대답이라도 받았나?”

     

    “네, 들었습니다.”

     

    “그럼 결심이 됐겠지. 어때?

    자네 말을 취소해 주겠지?

    나와 왕비에 대한 말을 취소하고

    자유로운 몸이 되기로 결심했나?”

     

    이렇게까지도 왕은 비위를 맞추려 드는데

    요한의 대답은 오직 한마디였다.

     

    “아니요.”

     

    그는 이 말 한 마디가 자신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비겁한 헤롯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왕비의 침실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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