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아기 예수의 봉헌(1)
“여보게 요셉,
자넨 이 아이에게 할례(割禮)를 할 터인가?”
사무엘은
요셉의 가족을 찾느라고 갖은 노력을 다 하였다.
마침내 이 집 식구들이 머물고 있는
외양간을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다.
“물론이지. 그건 왜 묻는가?”
“아니 뭐 이 아기는 다른 애들과는
태어난 것부터 다르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 그래. 그러나 나는 이 아이를 위해서
남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나는 이 아이를 내 생명보다도 더 사랑하네.
사무엘, 나 같은 불학 무식한 목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이라고 절실히 느끼고 있네.”
“자네야 어디 그리 무식한 편이 아니지 않은가?”
사무엘은 거칠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할례도 꼭 주어야지.
나는 우리 민족이 지키는 모든 율법의 지시를
준수할 생각이야.
아주 철저히 말이야.”
사무엘은 코웃음을 쳤다.
“여드레라고? 이레도 안 되고, 아흐레도 안 되고?”
그는 비꼬았다.
“그래, 적어도 모든 세계를 지배하시는
하나님과 같은 위대한 인물에게 그 따위
사소한 일까지 구애를 받게 해서야 말이 되나.”
요셉은 어깨를 추겨 올렸다.
“물론 마리아에게도
정결(淨潔) 의식을 하게할 셈이겠지?”
“아무렴 하고말고.”
“산모가 산후에 정결함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까닭은 대체 무언가?”
“신성모독죄에 걸려. 주의하게.”
“미친 소리 말아.
여자는 산후 칠 일 동안은 더러운 몸이라는 거지?
다 허튼 수작이야.
그리고 삼십삼 일 동안에는
하나님께 드리는 일체의 제물(祭物)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거 아니야?
또 그 밖에도 허튼 수작들이 많이 있지.”
“우리는 그런 것을 다 준수하네.”
요셉이 야무지게 말하였다.
“그러나 요셉, 자네가 믿는 대로
이 아이의 아버지는 성령(聖靈)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그렇게 알고 있어.”
“그것은 죄가 안 되나?”
“죄가 아니지.”
“그건 죄가 아니라고?
자네 부인은 아이를 낳았어도 동정녀지?”
“하나님께 맹세하네. 틀림없어.”
“그럼 자네 부인이 죄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정결케 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좀 대답해 봐, 요셉.”
마리아의 남편은 그의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온화한 미소를 보냈다.
“이 아이가 자연의 법칙을 초월해서 태어나게 된 것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야.
우리가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네.
율법도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율법을 고칠 수도 없다네.
우리들의 할 일은 다만 율법을 알고
그것을 준행하는 것뿐이네.
그러니까 우리들은 다만 우리가 받은
빛에 따라 행동하고 따라야 하네.”
요셉은 극히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이리하여 아기는 팔 일이 되어
언약관계의 상징이며
순종의 서약인 할례를 받았다.
수태하기 전에 천사가 일러준 대로
이름을 ‘예수(Jesus)’라고 지었다.
한편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를 낳은 지
사십 일에 맞추어 예루살렘으로 갔다.
그것은 유대인의 법에 따라 아기를
주께 바치고 예물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베들레헴을 떠나서 예루살렘에
이르는 십 킬로미터의 비탈길을 올라갔다.
날씨는 따뜻하였다.
상쾌한 산들바람이 넘치는 햇빛을 뚫고 불어왔다.
산들은 푸르고
나뭇가지는 바람에 조용히 나부끼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에게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은 눈을 들어
장엄한 예루살렘을 우러러 보았다.
황량한 석회암으로 형성된 산등성이가
남쪽으로 튀어나와 도성 둘레에 서있는
고대의 성벽과 누각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 그들은 높고 울퉁불퉁한 성벽이
나란히 서있는 높은 지대에 올라섰다.
황갈색 큰 돌들이
구십 센티미터 높이로 첩첩이 쌓아 올려져서
누런 고양이 빛깔로 연이어 있었다.
시야가 미치는 데까지 성벽이 계속되어 있었다.
여덟 개의 성문(城門)과 육십 개의 망대(望臺)가
헤롯의 흉포한 군대들에 의하여 수비되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그들은 양문(羊門)으로 들어갔다.
돌 아치형으로 쌓인 성문 길가에서
마리아는 갓난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기는 눈을 방긋이 뜨고
무엇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빛나는 눈빛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아기는 조금 있다가 눈을 감고
세상의 장관(壯觀)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잠이 들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장관에
마음을 빼앗기어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스의 실내경기장을 모방하여 만든
스타디움에는 새하얀 아취가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전쟁에 나갈 용감한 청년들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헤롯과 로마 사람들이
장려하는 체육경기가 열리는 곳이었다.
‘예수는 군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리아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