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애

11-(2) 구유에 뉘어있는 아기

팽나무 2018. 3. 25. 22:59



     


    제11장. 양치는 목자들(2)

     

    “저희들의 말을 믿어 주십시오.

    저희들은 다 같이 이 밤에 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희들의 일이니까요.

     

    고요한 시간에 약속된 구주(救主)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하며 다윗의 보좌에 즉위 하실 왕께서

    오시기를 기도(祈禱)하였습니다.

     

    밤하늘이 맑게 개이고 공기는 싸늘한데

    별들은 빛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 있는 요나스라는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는 저희를 제지하고

    하늘을 가리키며 보라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 내가 그랬지.”

    요나스가 큰 소리로 말하였다.

    “하늘에 한 큰 밝은 빛이 나타났죠.

    모양이 천사처럼 생겼고

    크기가 지구보다도 더 큰 것 같았어요.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저희들은 모두 그 빛을 보았습니다.”

    처음 말하던 사람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도 똑똑하게 들렸어요.”

    “그 소리가 뭐라고 말합디까?”

    요셉이 다급하게 물었다.

     

    “‘무서워 말라’고 합디다.”

    “그래요? 언제든지 그런 투로 말을 시작한답니다.

    그래 그 다음에는?”

     

    “그런 다음 우리에게

    크게 기뻐할 소식을 가져왔다는 거예요.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가 탄생하셨다는 거예요.

    저는 들은 그대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 없지요.

     

    ‘오늘 밤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그분이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라고 했습니다.”

     

    “구주 곧 그리스도 주님!”

    요셉은 입 속으로 되받아 외었다.

    “그 소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그 아이가 바로 여기 이 동네에서 나셨다.

    ‘포대기(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갓난아기를 볼 것’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다른 목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그는 흥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온 하늘이 쫙 열리는 것 같았지요.

    별들이 달린 휘장이 천막이 찢어지듯 찢어졌죠.

     

    그 사이로 하늘에 가득 찬 천사들이 나타나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뭐라고 노래했는지 자네 아나?”

    요나스가 다시 말참견을 하였다.

     

    “이런 노래를 불렀어요.

    ‘가장 높은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에게 평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목자들은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자기들이 한 말에 황홀하였던 것이다.

     

    풀 냄새가 몸에 배도록

    들판에서 일을 하는 억센 사나이들이었다.

    일밖에 모르는 사나이들이다.

     

    그러한 그들이

    시인이나 된 양 열(熱)에 들떠서 떠들어 댔다.

    그러나 이제는 반동적으로 조용하고 침착해졌다.

     

    앞장을 섰던 사나이는

    초롱불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더러 이런 일을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줄 압니다.”

    그는 사과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빛나는 눈을 떠서

    요셉을 똑 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맹세하듯 힘있게 말하였다.

    “저희는 보았고 또 들었습니다.”

     

    요셉은 그들의 손을 힘차게 잡았다.

    얘기를 듣는 중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양떼를 버리고 베들레헴으로 달려온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밤길을 걷는 사람을 만나는 대로

    아이를 낳은 집이 없느냐고 물으며 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 집이라는 것을 알고서

    다음에는 구유에 아이를 뉘었느냐를

    밝혀야 할 참이었다.

     

    남들이 가리켜 주는 대로

    이 여관으로 와서 외양간을 찾은 것이었다.

     

    목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요셉의 마음은 한결 홀가분해졌다.

    계시(啓示)가 비록 간접적이었으나

    그 쪽이 오히려 좋았다.

     

    이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억세고도 순박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저 세상의 문이 열리고

    하늘 높은 데서 마리아의 아들이 태어난 것을

    기뻐하는 노래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 땅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를

    누구보다 먼저

    들에서 일을 하는 천한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다.

     

    요셉은 팔을 벌려

    목자들 한 사람 한 사람 껴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안내하는 대로

    그들은 발소리를 죽여 가며 구유로 갔다.

     

    거기서 그들은

    마리아의 아들의 잠든 모습을 보고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돌아간 후

    요셉은 자지 않고 모자(母子)를 지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마음이 평온하였다.

    하늘로부터의 계시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의 심령의 귀에는

    수 없는 하늘 천사들이 세세토록 부르는

    노랫소리가 뚜렷이 들리었다.

     

    “땅에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에게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