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여지도 없이 마리아가 맨발로 방으로 들어왔다.
푸른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요셉 앞에 섰다.
엘리자벳도 함께 들어와 안나를 껴안았다.
아버지는 젊은이의 손을 잡아
딸의 손 위에 놓고 두 사람을 축복하였다.
장차 신랑이 될 사람은
장인과 장모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는 약혼한 그녀에게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그날 밤 마리아는 더욱 젊고 청순해 보였으며
꿈을 꾸는 듯하였다.
“너희는 약혼(정혼)됐어.”
요아킴이 말하였다.
“너는 약혼녀야.”
안나가 맞장구를 쳤다.
“평안함이 그대들에게 있기를!”
아버지와 어머니는 말하였다.
“하나님께서 두 분께도 축복하시기를!”
요셉과 마리아는 나지막하게 화답하였다.
내일은 모든 나사렛 사람들이
이 반가운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약혼의 손을 마주 잡는 것은 정식으로
결혼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다.
갈릴리 지방은 물론 팔레스타인 전역을 통하여
파혼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약혼을 깨뜨리는 것은 웬만한 중대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남녀 어느 쪽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약혼 기간에 파혼하려면
정식 이혼 판결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요셉은 파혼을 생각해보는 것조차 우스꽝스러웠다.
마리아와 파혼하는 것을 어찌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 건가!